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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이명박의 국가정체성
2008. 12. 29. 경향신문 (펌) [경향의 눈] 이명박의 국가정체성 이종탁 | 논설위원 이명박 대통령의 최근 발언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국가정체성에 대한 언급이다. 대선때 도와준 한나라당 관계자들과 가진 만찬 자리에서 “국가정체성을 훼손하는 아주 넓고 깊은 상황들이 있다”며 “내년에는 확고한 국가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한 말이다. 대통령이 말하는 국가정체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부연 설명을 들어보면 전교조나 역사교과서 같은 문제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보수진영에서 흔히 말하는 ‘좌파 척결’을 위한 강경 모드다. 잠시 시계 바늘을 3년 전으로 돌려보자.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성신여대 강연에서 “국가정체성 논란은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라고 말했다. 언제는 쓸데없는 낭비라고 하더니 이제 와선 확고히 해야 한다고 하니 어느 쪽이 진짜일까. 혹시 뭘 오해하는 것은 아닐까. 그때 발언을 조금만 더 인용해보자. “지금 나라의 정체성이 무너진다, 만다 하며 아주 큰일 날 것처럼 말한다. 세계 어디에 이런 나라가 있을까 싶은 심정이다. 지금 무슨 보수가 있고, 진보가 있고, 좌익과 우익이 있느냐. 이념을 뛰어넘어 국가는 젊은이에게 일자리와 잠자리를 만들어 줘야 한다.”(2005년 10월31일 동아닷컴) 3년전엔 “정체성 논쟁은 낭비” 다시 봐도 오해의 여지가 없다. 혹 마음에 없는 말을 한 것일까. 당시 그는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었으니 다가올 선거를 염두에 두고 인기를 의식해 말했을 수도 있다. 최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의 선�키騙扇� 대해 “선거때 무슨 말을 못하겠느냐”고 한마디로 폄하하는 것을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아니라면 대통령이 된 뒤 인식이 180도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왜 그렇게 변했는지 설명이 없으므로 우리는 저간의 사정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대통령이 진보 이념의 기치를 들고 보수언론을 강도 높게 공격하면 골수 지지층의 박수가 쏟아진다. 설령 일반 여론은 나빠지더라도 우리 편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맛보면 용기백배해 두 주먹을 불끈 쥐게 된다.” 이 대통령이 과거 자기 생각을 접고 낡은 이념을 들고 나오게 된 연유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취임 이후 무엇 하나 제대로 풀리는 게 없는데 보수층의 지지 하나라도 확실히 챙기자는 심산 같은 거다. 먹고사는 문제와 별반 관련이 없는 역사교과서 개정에 온갖 무리수를 써가며 집요하게 매달리는 것이나, 사이버 모욕죄나 복면시위 금지 규정과 같이 자유민주주의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보수층 입맛에는 쏙 맞는 이념법안을 불문곡직하고 밀어붙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념전으로 정권 기반을 다져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같이 복잡다기화한 사회에서 이념은 한물 간 상품이다. 대중적 흡착력이 없다. 일시적으로 자기 편을 뭉치게 하는 반짝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다수의 호응을 장기간 얻어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노무현 정권이 국가보안법 폐지, 사학법 개정 등 4대 개혁입법을 들고 나왔을 때를 생각해보라. 진보진영은 바로 이거다 하며 쌍수를 들어 환영했지만 싸움이 격해지고 길어지면서 국민들은 피로감을 느끼게 됐고, 결국 다음 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의 참패로 이어졌다. 훗날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4대 개혁입법의 모자를 잘못 썼다”고 했고, 당 의장의 바통을 물려받은 김근태 전 의원은 “백성에겐 밥이 하늘이다”며 회한을 나타냈다. 개혁의 당위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념전에 집착하다 민심 이반을 자초한 것을 후회한다는 뜻이다. 집권후 되는 일 없자 말 바꾸기 물론 이념 없는 정권이란 없다. 모든 정권은 자기 가치관에 따라 국정을 운영한다. 하지만 현명한 정권이라면 이런 문제로 요란을 떨지 않는다. 이념각을 세워 갈등과 분열을 초래하는 것은 실패로 가는 지름길임을 알기 때문이다. 오바마가 당선 일성으로 “국민은 이데올로기를 원치 않는다”며 국민 통합을 외친 까닭을 새겨볼 필요가 있다. 입력 : 2008-12-29-19:05:28ㅣ수정 : 2008-12-29 19:06:11 경향신문 : (출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812291905282&code=990503 -[12/30-11: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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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06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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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2. 29. 경향신문 (펌) [경향의 눈] 이명박의 국가정체성 이종탁 | 논설위원 이명박 대통령의 최근 발언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국가정체성에 대한 언급이다. 대선때 도와준 한나라당 관계자들과 가진 만찬 자리에서 “국가정체성을 훼손하는 아주 넓고 깊은 상황들이 있다”며 “내년에는 확고한 국가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한 말이다. 대통령이 말하는 국가정체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부연 설명을 들어보면 전교조나 역사교과서 같은 문제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보수진영에서 흔히 말하는 ‘좌파 척결’을 위한 강경 모드다. 잠시 시계 바늘을 3년 전으로 돌려보자.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성신여대 강연에서 “국가정체성 논란은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라고 말했다. 언제는 쓸데없는 낭비라고 하더니 이제 와선 확고히 해야 한다고 하니 어느 쪽이 진짜일까. 혹시 뭘 오해하는 것은 아닐까. 그때 발언을 조금만 더 인용해보자. “지금 나라의 정체성이 무너진다, 만다 하며 아주 큰일 날 것처럼 말한다. 세계 어디에 이런 나라가 있을까 싶은 심정이다. 지금 무슨 보수가 있고, 진보가 있고, 좌익과 우익이 있느냐. 이념을 뛰어넘어 국가는 젊은이에게 일자리와 잠자리를 만들어 줘야 한다.”(2005년 10월31일 동아닷컴) 3년전엔 “정체성 논쟁은 낭비” 다시 봐도 오해의 여지가 없다. 혹 마음에 없는 말을 한 것일까. 당시 그는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었으니 다가올 선거를 염두에 두고 인기를 의식해 말했을 수도 있다. 최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의 선�키騙扇� 대해 “선거때 무슨 말을 못하겠느냐”고 한마디로 폄하하는 것을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아니라면 대통령이 된 뒤 인식이 180도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왜 그렇게 변했는지 설명이 없으므로 우리는 저간의 사정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대통령이 진보 이념의 기치를 들고 보수언론을 강도 높게 공격하면 골수 지지층의 박수가 쏟아진다. 설령 일반 여론은 나빠지더라도 우리 편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맛보면 용기백배해 두 주먹을 불끈 쥐게 된다.” 이 대통령이 과거 자기 생각을 접고 낡은 이념을 들고 나오게 된 연유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취임 이후 무엇 하나 제대로 풀리는 게 없는데 보수층의 지지 하나라도 확실히 챙기자는 심산 같은 거다. 먹고사는 문제와 별반 관련이 없는 역사교과서 개정에 온갖 무리수를 써가며 집요하게 매달리는 것이나, 사이버 모욕죄나 복면시위 금지 규정과 같이 자유민주주의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보수층 입맛에는 쏙 맞는 이념법안을 불문곡직하고 밀어붙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념전으로 정권 기반을 다져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같이 복잡다기화한 사회에서 이념은 한물 간 상품이다. 대중적 흡착력이 없다. 일시적으로 자기 편을 뭉치게 하는 반짝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다수의 호응을 장기간 얻어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노무현 정권이 국가보안법 폐지, 사학법 개정 등 4대 개혁입법을 들고 나왔을 때를 생각해보라. 진보진영은 바로 이거다 하며 쌍수를 들어 환영했지만 싸움이 격해지고 길어지면서 국민들은 피로감을 느끼게 됐고, 결국 다음 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의 참패로 이어졌다. 훗날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4대 개혁입법의 모자를 잘못 썼다”고 했고, 당 의장의 바통을 물려받은 김근태 전 의원은 “백성에겐 밥이 하늘이다”며 회한을 나타냈다. 개혁의 당위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념전에 집착하다 민심 이반을 자초한 것을 후회한다는 뜻이다. 집권후 되는 일 없자 말 바꾸기 물론 이념 없는 정권이란 없다. 모든 정권은 자기 가치관에 따라 국정을 운영한다. 하지만 현명한 정권이라면 이런 문제로 요란을 떨지 않는다. 이념각을 세워 갈등과 분열을 초래하는 것은 실패로 가는 지름길임을 알기 때문이다. 오바마가 당선 일성으로 “국민은 이데올로기를 원치 않는다”며 국민 통합을 외친 까닭을 새겨볼 필요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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