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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국민 품격 업그레이드할 때
2008. 8. 7. 매일경제 (펌) [세상읽기] 국민 품격 업그레이드할 때 건국 60년, 한국의 워런 버핏 나와야  김병도 서울대 경영학 교수 `경박재자(輕薄才子).` 재주는 있지만 경박한 사람. 우리나라 국민, 특히 사회 지도층을 잘 표현한 문구란 생각이 든다. 요즘 사회 지도층 인사 중에 존경할 만한 사람이 별로 없는 이유가 이해할 만하다. 우린 재주 많은 사람을 부러워는 하지만 존경하진 않고, 경박한 사람은 보통 조롱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불법 촛불시위, 매맞는 경찰, KBS 사장의 검찰소환 불응 등 최근 공권력에 대한 심각한 도전도 따지고 보면 사회 지도층을 우습게 보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점수 후하게 주는 과목만 찾아 듣는 대학생부터 연구비 몇 푼 더 챙기겠다고 논문 표절조차 마다하지 않는 교수까지 경박`의 유형도 다양하다. 자고로 경박한 국민이 위대한 국가를 건설한 예가 없다. 지도층이 격조와 품격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품위 있는 사람의 인생 철학에는 향기가 있다. 평생을 사회 소외층을 위한 봉사로 보낸 종교인이나 진리를 찾아 한결같이 연구에 매진하는 과학자에게는 범접할 수 없는 삶의 격조가 있고 향기가 풍겨 나온다. 반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물질적 가치나 쾌락적 욕구 충족을 위해 사는 소위 `속물`들의 삶에서는 구린내만 날 뿐이다. 물질적 가치를 추구하는 삶부터 자아실현과 같은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는 삶까지 생의 목적이나 방식은 극히 개인적인 선택의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어떤 국가에서나 그 사회의 지도층에게만은 매우 도덕적인 인생관을 요구한다. 사회 지도층이란 품격 있는 인생관을 갖고 있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사회 지도층에게만 유별난 도덕적 의무를 강조하는 이유는 그들의 의사결정이 사회 구성원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물질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은 보통 공평무사하지 못하고 속(俗)적인 이해 관계로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지난 50년간 눈부신 경제발전을 통해 건국 이래 최고의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품격은 예전보다 나아진 것 같지 않다.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는 `욕구단계설`을 통해 "인간은 생리적 욕구와 같은 하위 욕구를 우선 충족시키고, 점차 안전, 애정, 존경, 자아실현과 같은 보다 상위 단계의 욕구를 충족시킨다"고 주장했다. 50년 전 우리 국민 대부분은 빵 문제와 같은 일차적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해 자아실현과 같은 품격 있는 인생목표를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을 것이다. 남들이 수백 년 동안 이뤄낸 경제발전을 불과 반세기 만에 따라잡느라 삶의 철학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는지 모른다. 이젠 여유를 갖고 생의 의미를 되돌아보며 국민 품격을 업그레이드할 때가 된 것 같다. 역사학자 에드워드 기번은 최고 물질적 풍요를 누렸던 로마제국 멸망의 원인으로 저속한 로마 국민의 정신적 가치를 들었다. 이런 역사적 교훈을 이해하는 선진국들은 사회 지도층에게 강력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요구한다.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크게 둔화됐다고 사회가 시끄럽다. 고물가 및 고용 악화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내수경기는 최악이다. 그러나 필자가 대한민국 미래를 걱정하는 것은 경제성장률 몇 퍼센트 떨어졌기 때문이 아니라 본받고 싶은 사회 지도층이 쉽사리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진리 탐구에 정진하는 학자, 국민 경제 부흥에 전력하는 기업가, 좋은 사회를 만들기에 매진하는 정치인 이름이 잘 떠오르지 않는 점이 걱정스럽다. 미국이 강국인 이유는 그들이 누리는 물질적 풍요 때문만이 아니다.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 등 앞다투어 막대한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는 부자들이나 한눈 팔지 않고 진리 탐구에 정진하는 학자나 예술가가 미국을 지탱하는 버팀목인 것이다. 오래 전의 일이지만 당시 상당한 시청률을 기록했던 `칭찬합시다`라는 TV프로그램이 생각난다. 칭찬받은 사람이 자신이 가장 칭찬하고픈 사람을 지명해 릴레이 형태로 이어가는 방식이었다. 당시 칭찬받은 주인공들은 대부분 평범한 서민들이었지만 그들의 깊은 주름과 때묻은 얼굴에서 `삶의 품격`을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대한민국의 희망은 사회 지도층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에게 있는지 모른다. [김병도 서울대 경영학 교수] 매일경제: (출처) http://news.mk.co.kr/outside/view.php?year=2008&no=489157 -[08/07-18:27]- 매일경제: (참고) 2008년 8월 7일자 매일경제 신문(인쇄본)의 본 제목은 '[세상읽기] 국민 품격 업그레이드할 때' 입니다. 그러나 인터넷 판에서는 '건국 60년, 한국의 워런 버핏 나와야' 로 변경되었음. -[08/07-18: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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