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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경제·외교정책의 변화, 그 의미와 시사점
< 국회 21세기동북아평화포럼·경실련통일협회 공동세미나 > "최근 북한의 변화 양상과 남북관계 전망" ♧ 일 시 : 2002. 8. 28(수) 14 : 00 ∼ 18 : 00 ♧ 장 소 : 헌정기념관 대강당 (국회) "북한 경제·외교정책의 변화, 그 의미와 시사점" - 신지호 (KDI 초빙연구위원) - 1. 문제제기 □ 최근 북한의 경제정책에 주목할만한 변화가 일고 있음 - 임금, 물가의 수십배 인상, 배급제의 변화, 물질적 자극의 전면화, 하부단위의 권한 강화, 일부 시장조절기능 도입 등 - 이같은 조치는 변화의 폭과 깊이, 바람직한 변화의 방향이라는 점에서 획기적인 것이라 할 수 있음 - 이번 경제개혁 조치의 성패여부는 김정일 정권 및 북한체제의 운명과 한반도 정세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임 □ 외교정책에 있어서도 한미일과의 대화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등 이 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음 - 서해교전에 대한 이례적인 유감표명과 장관급회담 제안, 미국, 일본과의 외상회담 및 후속대화 추진 등 - 한미일 3국과의 대화가 동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 - 특히 "격에 상관없이 미국특사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유연한 자세 표명은 얼마 전까지 "부시 패거리들과는 상종할 생각이 없다"고 강경한 자세를 펴 온 것과는 사뭇 다름 □ 북한 경제·외교정책의 변화 내용과 그 의미를 정확히 분석하고 올바른 대응책을 강구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등장 -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는 북한의 경제개혁 성패여부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것임 - 남북·북미·북일 대화의 전개양상에 따라 '2003년 한반도 안보위기'가 예방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 - 임기말 현상, 정권교체기의 혼란 등으로 정확한 분석과 대응에 실패하게 되면, 그 후과는 매우 클 것임 2. 경제개혁의 내용, 의미, 전망 <경위> □ 이번 조치는 작년 10월부터 준비되어 올 7월 1일부터 실시 - 작년 10월 3일 김정일은 "강성대국 건설의 요구에 맞게 사회주의 경제 관리를 개선, 강화할데 대하여"라는 특별 지시를 하달 - 노동신문 10월 22일자는 이 내용의 일부를 "사회주의 경제관리의 확고한 지침"이라는 내용으로 보도 - 이후 준비기간을 거쳐 올 7월 1일부터 실시 <주요 내용> □ 임금과 물가를 대폭 현실화 - 모든 물가의 기준이 되는 쌀 가격을 대폭 인상 ·수매가격 kg당 80전→40원 (50배 인상) 판매가격 kg당 8전→44원 (550배 인상) - 기타 교통비, 주거비, 생필품 가격이 수십배 인상 - 가격인상에 따른 생활비 상승을 보전하기 위해 임금도 인상 ·생산노동자 월급 110원에서 2000원으로 18배 인상 광부들의 월급은 6000원으로 인상 □ 분배의 평균주의를 철폐하고 성과에 따른 차등분배를 공식화 - '노력일수에 의한 평가'에서 '수입에 의한 평가'로 전환 ·'노력일수에 의한 평가'는 직종별 등급에 따라 노동일수를 시간으로 계산하여 국가가 임금을 주는 방식 - "많은 일을 하고 많이 번 사람에게는 많이 분배하고 적게 일하고 적게 번 사람에게는 적게 분배한다"는 사회주의 분배원칙 확립 - 새로운 분배방식은 기업, 노동자, 농민 모두에게 적용 □ 계획수립 및 집행에 있어 하부단위의 자율성을 강화 - 전략적 중요지표들만 국가계획위원회가 지표를 세우고 세부지표는 해당 기관이 자체 실정에 맞게 정하도록 함 ·"위에서 내려 먹이는 현상을 없애"야 한다는 김정일의 지시 □ 시장기능을 부분적으로 도입 - 원자재, 부속품 등 생산재 일부의 기업간 매매를 가능케 한 '사회주의 물자교류시장'을 허용하였고, 지방공업 생산품(소비재)의 가격을 공장 자체로 제정하여 판매할 수 있도록 함 □ 공장운영에 있어 지배인의 역할을 제고 - 공장 당위원회(비서, 부비서)의 정치적 지도를 우선시해 오던 방식에서 지배인의 경제적 판단을 중시하는 방식으로 변화 ·조선중앙TV의 '우리 지배인'이라는 연속극 방영 - 그러나 이것이 '대안의 사업체계'의 폐지는 아님 <변화의 배경> □ '사회주의 우호무역'의 소멸로 1990년대 들어 북한은 심각한 물자부족 현상에 직면 - 소련, 중국의 경화결제 요구로 북한의 식량, 에너지 수입 급감 □ 그 결과 산업연관에 의한 국내 분업체계가 붕괴하였고 자력갱생론도 변질됨 - 공장가동률은 20∼30%대로 하락 - 각 단위 차원에서의 풀 세트 생산을 지향하는 방식이 당국에 의해 장려 양말관련 품목뿐만 아니라 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 물품을 자체로 해결한 사례로 그 항목은 다음과 같음 * 중소형발전소를 건설하여 전력문제를 해결 * 석탄기지를 개발하여 연간 1만톤을 생산 * 수산기지를 건설하여 기관선 3척을 운영 * 수출품기지를 건설하여 미네랄 워터를 생산 * 유색금속 생산기지를 건설, 운영 * 300정보의 땅을 개간하여 옥수수, 감자, 콩 등을 생산 * 200정보의 목장을 조성하여 염소를 사육 □ 한편 소비부문에 있어서는 배급제 및 국영상업의 기능마비 현상이 발생 - 그 결과, 장마당의 활성화, 암거래의 확산, 밀수의 일상화, 각종 부패의 만연 등 지하경제(Black Economy)가 급성장 ............................................................................................................................ <그림 1> 북한경제 파탄 흐름도 * '전반적 물자결핍' (식량난, 에너지난, 외화난) * (생산) --->산업연관의 붕괴 --> 자력갱생론의 변질 -->계획 메커니즘의 마비 / 지하경제의 번창 (소비) --->배급제의 기능정지 / 국영 상업의 마비--> 계획 메커니즘의 마비 / 지하경제의 번창 ............................................................................................................................. □ 한편 북한당국은 이러한 경제파탄에 대해 효과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함 - 기존노선(지령형 계획경제, 정치논리의 우선, 중공업 우선의 자립적 민족경제건설)의 유지를 기본으로 하면서, 제한적 '개혁·개방'조치, 지하 경제에 대한 소극적 묵인이라는 상호모순되는 조치를 시행 - 그 결과, 정책과 현실의 괴리, 공식부문과 비공식부문의 이중구조 심화 현상이 가속화 □ 경제위기의 장기화는 사회적 기강해이, 주민들의 의식변화 등 비경제분야 의 변화도 초래 - 암시장 물가를 감당할 능력을 상실한 임금은 인민들로부터 외면 받게되어 직장 이탈이 보편화 - 탈북 행렬의 증가 - '고난의 행군'시기를 거치면서 부익부 빈익빈, 계층이동 현상이 발생 ·이전에는 일본에서 귀국한 이른바 '귀포'들이 부유층을 형성하였으나, 비공식부문의 확산으로 돈 버는 재주가 뛰어난 새로운 부유층이 형성 - "어버이 수령이 우리 생활을 해결해 주신다"는 의식이 사라지고 어떻게 하면 돈을 잘 벌 수 있을까에 일차적 관심이 집중 □ 남북정상회담, 북미·북일관계 개선을 통해 경제원조를 획득, 위기를 타개하고자 하였으나, 부시 행정부 출범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함 □ 올 초 공동사설에서 '제2, 제3의 고난의 행군' 가능성이 언급됨 - "제2, 제3의 '고난의 행군'을 한다고 해도 김정일 동지만을 절대적으로 믿고 이 세상 끝까지 따르는 우리의 의지는 영원히 변함이 없을 것이다." - 그러나 일제시대보다 혹독하였다던 '고난의 행군' 종료선언을 한 지 1 년 남짓한 상황에서 제2의 고난의 행군은 인민들의 인내 수위를 넘어설 것임에 분명 □ 따라서 북한지도부는 이같은 난국을 타개할 대담하고도 혁신적인 대책이 필요했고, 이번 조치는 그같은 배경에서 탄생 <변화의 의미> □ 이번 조치의 중간목표는 다음과 같음 - 기존의 사상적 자극위주에서 전면적인 물질적 자극으로의 전환을 통한 경제주체들의 활동의욕 제고 - 이를 통해 노동력을 결속시키고 공장가동률을 높여 생산을 정상화 - 상품가치와 가격의 괴리현상을 극복, 화폐기능의 정상화를 통한 '원에 의한 통제' 실현 □ 궁극적 목표는 지하경제 기능의 공식부문으로의 흡수를 통한 경제질서의 회복과 계획 메커니즘의 부활 - 단 계획의 일원화, 세부화에 입각한 기존의 지령형 계획경제로의 복귀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함을 인정하고, 중앙정부의 역할 축소, 하부단위의 자율성 강화, 일부 시장조절기능 도입을 통한 유도형 계획경제로의 부활을 꿈꾸고 있는 것 □ 이번 조치는 이제까지의 기준으로 볼 때, 혁신적·긍정적 변화임에 분명 - 노동 생산성, 상품의 실제 가치를 무시하고 '어버이 수령의 은덕'에 의해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해 줌으로써 수령을 정점으로 하는 '사회정치적 유기체', '혁명적 대가정'을 이루겠다는 '우리식 사회주의'건설노선이 냉엄한 경제법칙 앞에 결국 항복을 하고 인센티브등 경제논리를 도입할 수밖에 없게 되었음 □ 최근 변화의 본질은 지령형 계획경제에서 유도형 계획경제로의 변화임 - 따라서 최근 조치를 시장개혁 또는 기존시스템의 정상화로 보는 견해는 모두 잘못된 것임 - 사회주의 경제체제는 지령형 계획경제, 유도형 계획경제, 사회주의 시장경제로 분류할 수 있음 - 과거의 지령형 계획경제로 복귀할 수 없다는 점에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은 분명 - 그러나 "호랑이 등에 탔다"라는 비유로 향후 시장개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진단은 시기상조 ·지령형 계획에서 유도형 계획으로의 이행이 시장경제로의 이행을 보장해 주지는 못함 ·배급제 폐지, 시장가격 도입 등도 잘못된 진단임 <중국과의 비교> □ 중국 개혁개방의 전개과정은 5단계로 분류 - 제1기(1978∼1984) : "계획경제를 主로, 시장에 의한 조절을 從으로" 농업개혁, 경제특구 설치 - 제2기(1984∼1987) : "사회주의와 상품경제는 불가분의 관계" 중앙관청과 지방정부의 수직적 관리체계 타파, 기업간의 횡적 연합 추진 - 제3기(1987∼1991) : "사회주의 초급단계"론 사기업과 주식배당이 합법화 - 제4기(1992∼2000) : 鄧小平의 '南巡講話', '사회주의 시장경제'론 전면적인 시장경제로의 이행 - 제5기(2001∼현재) : WTO가입, 江澤民의 '3대 대표'론 □ 북한 경제개혁 조치와 초기 중국 개혁개방 조치의 유사점 - 정경분리형 개혁 - 점진주의적 개혁 (시장경제로의 전면적 이행이 아닌 계획경제 시스템의 개선, 보완) □ 차이점 - 대외환경 ·중국은 1972년의 미중 정상회담, 대일 수교를 통해 개혁개방에 우호적인 대외환경을 조성한 다음에 개혁개방을 실시하였으나, 북한은 핵·미사일 문제 등으로 미일과의 관계개선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 - 개혁 리더십 ·등소평은 대약진운동, 문화대혁명으로 대표되는 모택동의 경제건설 방식에 대한 안티테제로 개혁개방을 내세웠으나, 김정일의 경우 김일성과의 단절이 불가능 - 농업개혁의 정도 ·중국은 인민공사의 사실상 해체, 가족청부제 도입, 자유처분 범위 확대 등 적극적인 농업개혁을 단행하였으나, 북한은 수매가격 인상, 실적에 따른 분배 등의 조치에 그치고 있음 <향후 전망> □ 일시적으로 침체된 공식부문이 활성화되는 등 긍정적 효과 예상 - 암시장의 축소와 국영상업망의 활성화, 직장으로의 복귀에 의한 생산량 증대 등이 나타날 것임 - 국가의 재정부담에 의한 최소생활 보장정책 폐지로 재정건전화 예상 - 퇴장(hoarding)되어 있거나 비공식부문에서 사용되던 원화나 외화가 공식부문으로 일정정도 흡수될 것임 □ 중장기적 성패여부는 공급량 확보에 달려 있음 - 북한의 초과수요-공급부족 현상은 가격인상에 의해 조절될 수 있는 상대수요의 문제가 아니라 가격상승여부에 관계없는 절대수요의 문제임 - 따라서 충분한 공급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하면, 공식부문의 기능 약화-암시장의 확대현상이 재발 □ 현재 나온 조치만으로 부족한 공급량을 해결하기는 힘들 듯 - 임금 및 가격인상, 인센티브제 도입만으로는 생산성 증대에 한계 □ 결국 추가적인 내부 개혁조치가 있어야만 생산량 증대가 가능 - 중국수준의 농업개혁 ·가족분조제 도입, 자유처분량 확대 등 - 산업정책의 변화, 자원배분의 비효율성 극복 : '3대 제일주의'의 재채택 ·김정일 (2001.10.3) "군수공업을 선차로 내세우고 전력, 석탄, 금속, 철도 운수부문, 농업생산에 힘을 집중해야 함" - 시장기능의 확대 ·개인상업 확대, 장마당의 합법화, 국정가격과 시장가격의 이중가격제 채택, 시장가격을 반영하는 탄력적 국정가격 운영 등 <표 1> 중국의 식량 생산 및 무역량 (단위: 만톤) □ 그러나 내부개혁 조치가 성공한다 할지라도 부족한 공급량을 채우기에는 역부족 - 중국의 경우 식량생산이 3억톤에서 4억톤으로 되는데 6년이 소요 - 그러나 현재 북한은 중국과 같은 적극적인 농업개혁정책을 펴지 않고 있음 - 현재 북한의 식량생산은 350만톤 전후로 부족분이 100∼200만톤으로 추정 - 설령 중국보다 높은 연 평균 10%증산을 상정하더라도 부족분의 1/3 이하밖에 해결하지 못함 □ 결국 개방을 통한 외화획득 없이는 '먹는 문제' 해결 곤란 - 환율을 현실화하고 이를 외국인에게 적용하여 외화가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야 할 것임 ·환율인상설은 나오고 있으나, 외국인에게의 적용 여부는 미지수 - 경제특구, 관광특구 설치가 긴요 <표 2> 중국의 외자도입 현황 (1979年∼1983년) (단위: 億달러) □ 투자환경 정비와 더불어 경제재건에 우호적인 대외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임 - 핵, 미사일 문제해결을 통한 대미관계 개선, 테러지원국 해제, 국제금융 기구 가입, 대일수교 등이 이루어져야 함 3. 對한미일 유연외교의 배경과 전망 <현황> □ 북한은 8월 들어 한미일과의 전면적 대화복원을 시도 - 서해교전에 대한 이례적인 유감표명과 장관급회담 제안 - ARF에서의 북미·북일 외상회담 - "미국 특사의 격을 묻지 않겠다"는 입장 표명 - 이는 '악의 축' 발언 당시 "부시 패거리들과는 상종할 생각이 없다"는 강경자세에서 대화노선으로의 전환을 의미 - 부시 행정부 출범이후 북한이 한미일과의 대화를 동시적으로 진행시키는 것은 처음 □ 향후 일정기간 남북, 북일관계의 진전이 예상 - 남북간 철도, 도로연결에 필수적인 군사실무회담 개최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으나, 이산가족문제, 남북축구대회 개최, 부산 아시안게임 참가 등은 돌발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한 성사될 것으로 예상 - 북일 적십자회담, 외무성 국장급 회담에서 북한은 일본이 최대현안으로 삼고 있는 납치문제 해결에 전향적 자세를 보여 국교정상화 교섭을 재개시키고자 노력할 것임 ·적십자회담에서 북한은 일본이 요청한 명단 중 6명의 생사를 확인 □ 남북, 북일관계의 진전은 미국의 대북특사 파견으로 이어질 것임 - ARF 파월-백남순 회동을 둘러싼 워싱턴내 강경파와 온건파의 대립은 남북, 북일관계 진전을 반영, 결국 특사파견으로 귀착될 가능성이 높음 - 현재로서는 제임스 켈리 차관보의 9월 방북이 유력시됨 <배경과 의도> □ 북한이 한미일과의 전면적인 대화노선으로 복귀한 배경으로 경제개혁이 거론되고 있음 - 경제개혁 조치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외부로부터의 지원이 필수적이므로 이를 얻기 위해 대화에 나왔다는 해석 - 이러한 해석은 서해교전이 우발적 사건이었다는 해석으로까지 비약 □ 그러나 경제개혁 조치가 작년 10월부터 준비되어 온 것이라는 점에서 그 같은 해석은 잘못된 것임 - 만일 김정일 정권이 대외관계 개선을 통한 외부지원 획득이 경제개혁 성공의 필수조건이라는 인식이 분명하였다면, 왜 4월초 임동원 특사 방북에서 합의된 남북관계 원상회복 노력을 최성홍 외교부장관의 발언 하나를 문제삼아 무산시켰으며, 미국의 특사파견 문의에 대해 무응답으로 일관하였던가? - 이는 김정일 정권이 경제개혁과 대외관계를 직접적으로 연동시키지 않고 있다는 반증 - 최근 남북대화에서 북한이 요청했다고 알려지는 식량지원은 늘 있어왔던 일이라는 점에서 새로울 것이 없음 - 특히 군사실무회담 개최에 명확한 태도를 보이지 않은 것은 한국의 식량지원이 그들에게 그다지 시급한 과제가 아니라는 반증일 수도 있음 □ 최근의 유연외교는 2003년 위기관리를 위한 사전 포석의 성격이 강함 - 2003년은 북한의 핵, 미사일을 둘러싸고 북미간의 안보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해 - 1994년 위기와의 차이는 상대가 부시 행정부라는 점 - 북한이 부시 행정부를 상대로 '벼랑끝 전술'을 펼치기는 쉽지 않을 것 - 만일 올 12월 한국 대통령선거에서 이회창 후보가 당선되면, 한미일 보수연합이라는 김정일 정권에게 최악의 상황이 탄생 - 그렇게 되면 미일과의 관계가 악화되더라도 대남접근을 통해 미국의 예봉을 피할 수 있는 피난처가 없어지게 됨 - 따라서 김정일은 한국의 대통령 선거전에 한미일과의 대화를 진척시켜 설령 이회창 정권이 탄생하더라도 상황이 급전직하되지 않도록 위기관리의 수단을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었음 <전망> □ 미국의 대북특사 파견 결과에 따라 전반적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임 - 미국은 특사파견을 통해 조기 핵사찰 수용을 강력히 촉구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경수로 건설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할 것이 분명함 - 북한의 전향적 태도표명 및 후속대화 개최여부가 중요 - 만일 생산적 결과가 나오지 못하면, 북일관계 진전은 제약을 받을 것임 □ 그러나 아직까지 북한은 미국이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음 - 8월 8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특사의 평양방문 문제는 미국측이 대화재개 입장설명을 위해 특사를 보내겠다고 하여 제기된 문제로서 우리는 그를 받자는 입장"이라고 하면서 "만약 미국측에 사정이 있다면 특사를 안 보내도 좋으며 편리한대로 하라"고 발언 - 또한 "문제는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그만두는데 있으며, 그렇지 않는 한 대화가 열려도 그 결과에 대해 기대할 것이 없다"고 발언 - 8월 13일에도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의 핵시설 조기사찰 허용요구에 대해 "94년 제네바 핵합의가 파기되느냐, 혹은 보전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고"고 주장하면서 "현실은 우리로 하여금 독자적인 길을 가는 최종 결정을 내리도록 촉구하고 있다"며 제네바 합의가 파기될 수 있음을 경고 □ 김정일은 8월 23일 푸틴과의 회담에서 모종의 대미 메시지를 던질 가능성이 있음 - 양호한 미러관계를 이용, 푸틴을 메신저로 활용할 가능성 - 이는 한반도에서의 영향력을 입증하고 싶어하는 러시아의 이해관계와 도 부합 - 2000년 7월의 북러 정상회담에서도 김정일은 푸틴을 활용, 미국이 위성을 대리발사해 주면 미사일 개발을 중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서방세계에 전달한 전례가 있음 □ 만일 대미 대화에 실패하게 될 경우, 위기관리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대남관계 개선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 - 그 경우 유력시되는 프로젝트가 경의선 연결 및 금강산 육로 개통 - 물론 이는 한국의 정치상황을 봐 가면서 판단할 것임 4. 시사점 및 우리의 정책방향 □ 향후 북한 체제는 2003년 안보위기의 예방 및 경제개혁의 성패여부에 따라 큰 변화를 보일 것임 - 만일 2003년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하면 대외관계는 크게 긴장될 것임 - 그렇게 될 경우, 경제개혁의 성공은 사실상 불가능 □ 경제개혁의 실패는 북한체제 붕괴의 서곡이 될 수 있음 - 공급량 확보 실패로 인한 암시장의 창궐, 하이퍼 인플레이션 발생 - 북한당국의 주민들에 대한 통제력 상실 - 탈북행렬의 급속한 증가 □ 이는 한반도에 새로운 안보위기를 불러올 것임 - 보트 피플의 증가로 인한 무력충돌 가능성 - 자포자기 상태의 무력도발 가능성 □ 한국이 전략적 판단을 해야 될 시점 - 식량, 생필품, 의료지원을 통해 경제개혁 조치의 급속한 실패를 예방하고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체제이행을 유도(soft landing scenario)할 것인가, 붕괴 방치를 통한 급작스런 통일을 지향(hard landing scenario) 할 것인가의 전략적 선택이 요구 - 이러한 판단에 기초해 국제적 협력체제를 구축해야만 일정 수준의 위기관리를 할 수 있을 것임 □ 우리 사회의 준비수준은 매우 미흡 - '퍼주기'논란 등 남남갈등 - 이미 포화상태에 있는 탈북자 수용시설 - 대북문제의 국내정치화 - 실사구시적 정책수립이 아닌 보수 vs 진보의 극단적 대립 □ 초당적 입장에서 사회적 합의를 도출, 집행해 나갈 노력이 절실히 요구됨 - 학계, 언론계, NGO의 역할 ( 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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